목록논문 에세이 번역 책 (117)
정치는 어려워
ㅇ 마이클 로젠, , 공진성-송석주 역, 아포리아, 2016년. http://aladin.kr/p/NnQbO ㅇ 이문영(엮음), , 아카넷, 2015년.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28475802YE ㅇ 헤어프리트 뮌클러, , 공진성 역, 책세상, 2015년. 제국 저자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15-04-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고대 로마부터 현대 미국까지 ― 제국의 역사와 논리를 밝히다 ‘... ㅇ 루돌프 피어하우스,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제7권, 푸른역사, 2014년.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저자 루돌프 피어하우스 지음 출판사 푸른역사 | 2014-08-3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왜 자신의 무능과 무지를 인정하는 정치인은 없을까 대상포진에 걸렸다. 세 달 이상이 지났지만 신경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의사에게 다른 치료법이 없냐고 묻지만 의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운 좋으면 세 달, 운 나쁘면 일 년’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평생 약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겁을 준다. 조급해 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나에게는 겁주는 말로 들린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볼까, 피부과에서 더 많이 진료를 한다던데 피부과로 옮겨볼까, 아니면 종합병원에 가봐야 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도 이것저것 먹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 조금만 무리해도 부실한 어금니 하나가 솟구친다. 엑스선 사진을 찍어 봐도 별 이상은 없다고 한다. 의사는 그저 몸이 ..
이 공연은 과연 누구의 비용으로 치러지는 걸까 지난 목요일 저녁 문화예술회관에서 시립합창단의 ‘엘리야’ 공연을 봤다. 합창음악을 워낙 좋아하고 특히 직접 공연해본 곡이어서 기대가 컸고 그만큼 실망도 컸다. 세 개의 다른 연주단체가 함께해서 그런지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화려한 경력의 독창자들끼리의 하모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분히 연습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못마땅한 것 투성이이지만 비판하기가 무척 미안한 것은 그 이면의 악조건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드러내놓고 머리를 맞대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뜻에서 그 악조건의 일부를 지적해 보려고 한다. 문화예술이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하부구조도 필요하지만 인적 하부구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화예술을 배우고 향유..
불편함의 미학 동구에는 내가 즐겨 찾는 식당이 하나 있다. 그곳의 화장실에는 ‘화장실’이라는 표시도 없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나 글자로 된 남녀 화장실의 구분도 없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좌우에 두 개의 문이 있고, 그 문 뒤에 똑같은 생김새의 좌변기가 놓여 있을 뿐이다. 사실 그 두 문에는 조그마한 그림이 붙어 있어서 주의 깊은 손님이라면 그림 내용을 통해 어렴풋이 주인이 어느 쪽을 남자 화장실로, 어느 쪽을 여자 화장실로 정해 두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 화장실로 들어가더라도 별 문제는 없다. 어차피 화장실의 모양은 똑같으니까. 미술을 공부한 주인은 아마도 의도적으로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려고, 화장실 앞에서 잠시나마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호남’ 신당과 감정의 동원 ‘신당’에 관한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신당에 관한 얘기에 일부러 ‘호남’을 붙이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떼기도 한다. 그러나 호남은 늘 논의의 바닥에 깔려 있다. 사람들은 대개 신당이 세워질 것인지를 궁금해 한다. 국민인 우리 자신과 무관하게 국가가, 그리고 유권자인 우리 자신과 무관하게 정당 정치가 그 무슨 법칙과 섭리에 의해 저절로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래서 움직임의 방향을 미리 알고 대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궁금해 한다. 그러나 정치와 사회는 결코 우리와 무관하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어떤 새로운 정당이 과연 무엇에 필요하며, 누구에게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이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의회에서..
새로운 위험, 낡은 국가: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제기하는 과제 국가의 본질은 위기시에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전쟁이나 내란으로 인해 국가의 지위가 흔들릴 때 그 본질이 결국 폭력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외적의 침입에 의한 전쟁이나 혁명 세력이 일으키는 반란 따위가 아닌 것 같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확산이 가져다준 공포는 현대의 위험이 무엇이고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과거에 국가는 지배자 또는 지배집단의 소유물이었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소유를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는 자신들이 국가를 외적의 침입과 같은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그럼으로써 그곳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피지배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지배집단은 그 보호의 대..
2015년 4월 10일, 드디어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이 출간되었습니다. 옮긴이의 글을 올려봅니다. ------------------------- 옮긴이의 말 일본의 식민 제국주의를 겪은 한국인들에게 ‘제국’은 여전히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이다.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의 영향 속에서 형성된 한국인들의 반제국주의 의식은 1980년대를 지나며 마르크스주의의 영향 속에서 사회주의적으로 재해석되었고 일종의 ‘과학적’ 정당성마저 갖추었다. 과학적으로 해명된 이른바 ‘피디PD적’ 반제국주의 의식은 전前과학적이고 여전히 민족이라는 ‘허구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른바 ‘엔엘NL적’ 반제국주의 의식을 비웃었지만, 저항과 해방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한 생각만 달랐을 뿐, 모두 반지배적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또한 반제국주의적이었..
가능성이 막힌 사회, 판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들 얼마 전에 나는 칠순을 넘기신 어르신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은 요즘 사람들이 힘들다, 어렵다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전쟁도 겪고 보릿고개도 겪은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정말로 오늘날 사정이 그렇게 어려운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어려워도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이 열심히 살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열심히 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세상을 그저 비관적으로만 여기며, 때로는 마치 정말 위기가 닥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씀하셨다. 현상적으로는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과거와 사뭇 다른 것 같다고 나는 말..
비논리적인 주장은 그저 비논리적인 주장일까 논리적인 사고와 주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게 해준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다. 오는 4월 개통 예정인 호남선 KTX의 운행 노선과 관련한 문제였다. 사건의 발단은 코레일이 신설 호남선 KTX의 ‘일부’를 서대전역을 경유하게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즉각 반대 주장이 제기됐다.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근거가 지극히 비논리적이었다.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는 주장의 논리적 구조는 간단했다. 신설 호남선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것은 일단 약속을 어기는 것이며(1), 고속철을 ‘저속철’로 만드는 것이고(2), 호남민에게 손해가 되므로(3), 서대전역 경유 계획을 백지화하고 호남선 KTX를 애초의 계..
유럽에서 광주를 생각한다(7) 아렌트와 ‘생각’하는 인간 팔자 좋게도 1년이 넘게 유럽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혹시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광주에 있습니다. 글을 쓸 때에만 잠시 마음으로 유럽에 가 있을 뿐입니다. 유럽에서 머물렀던 때를 떠올리며, 유럽과 광주를 교차시키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점 얘깃거리가 떨어져 가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져서 걱정입니다. 조만간 다시 유럽에 다녀와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어느 도시에 가면 좋을까요? 우리는 보통 ‘유럽’에 간다고 말합니다. 제한된 수의 나라와 도시를 방문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아’에 간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유럽의 국경 개념이 우리와 같지 않아서 이동이 편하고, 또 도시의 역사가 국가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