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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작년에 우리는 두 개의 커다란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내년에 또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른다.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이 온통 선거에 맞춰져 있다. 누구 말마따나 선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사람들 같다. 정치의 수단에 불과한 선거가 정치 자체를 잡아먹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적 정치의 중요 수단인 정당이 선거를 위한 조직이 되었고 선거전문가 집단이 되었다. 선거에 맞춰 조직을 쇄신하고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벌써 내년 총선을 위해 양당 모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 싹 다 물갈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이제는 각 정당의 지지자들조차 그런 시각에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각종 노래경연대회가 음악의 창작과 공연을 압도하고 있듯이, 선거라는 경연대회가 정치를 ..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그렇다. 여행을 하려면 돈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행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공부도 기본적으로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정치 역시 그렇다. 과거에 정치는 경제적 필요에서 해방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정치는 통치를 의미했다. 타인을 물리적 힘으로 제압한 사람들이 보호를 대가로 경제적 생산물을 수취함으로써 스스로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정치(통치)에 전념할 수 있었다. 왕정이나 귀족정이 그렇게 운영되었다. 그러나 고대의 민주정도 사실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노예제 덕분에 각자의 가정에서 왕이 된 사람들이 모여 다만 민주적으로 국가를 운영했던 것이다..

시평 쓰기가 너무 어렵다. 글쓰기 자체가 힘든 것도 있지만, 한국의 정치 상황이 너무 빨리 변해서 더 힘들다. ‘시평(時評)’인 만큼 시국에 맞춰 글을 써야 할 텐데, 생각이 좀 정리될 법하면 상황이 바뀌어서 애초의 소재가 이미 사람들 관심 밖에 있고, 새로운 관심사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쓸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늘 이런 식이다. 부족한 내 지식과 순발력을 우선 탓해야 하겠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깊이 생각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변화 속도 탓도 좀 하고 싶다. 지난 5주 동안 내 머릿속에 머물렀던 여러 주제 가운데 첫 번째는 추첨제였다. 광주 광산구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 후보 선출에 합의하지 못해서 결국 ‘제비뽑기’로 결정한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언..

베를린에는 그라피티가 참 많다. 나로서는 그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괴상한 글자들이 도시 곳곳에 그려져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런 곳에까지 가서 낙서를 했을까 싶은 곳에도 그림 아닌 그림이 그려져 있다. 형형색색의 꼬불꼬불한 글자들 가운데 어떤 것은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어떤 것은 그저 수준 낮은 낙서처럼 보인다. 유학시절 하루는 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수준 미달의 그라피티를 보고 내가 비웃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연습은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다. 누구에게나 연습은 필요하다. 처음부터 바스키아나 뱅크시가 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습작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벽에 낙서를 잘 하기 위해서도 일단 벽에 낙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벽에 낙서를 하려면 낙서할 벽이 있어야 한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