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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내가 차가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란다. 운전면허조차 없다고 하면 더 놀란다. 요즘 세상에 면허 없고 차도 없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차를 한 대라도 줄이는 것이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이라 생각해서 지금껏 차 없이 살고 있다. 그렇게 작정하고 나니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살게 됐다. 가끔 온라인쇼핑을 하긴 하지만 대형 상점은 거의 가지 않고 웬만한 것은 다 집 앞 가게에서 산다. 집도 직장 근처에 마련해 걸어 다닌다. 시내를 돌아다닐 일이 없지 않지만, 필요할 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가용 차를 몰고 다니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차도가 늘어났고 인도가 줄어들었다. 걷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이상한 길들이 많아졌다. 차도 위에도, 인도 위에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리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17세기 영국의 두 철학자는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후배 존 로크는 자식을 잘 양육하는 것이 신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순종할 자식의 의무도, 자식을 잘 길러야 할 부모의 의무도 모두 신(자연)의 뜻에서 찾았다. 이 신적 의무에서 권리도 생겨난다. 부모의 양육을 받을 자식의 권리나 자식의 복종을 받을 부모의 권리는 각자에게 부여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로크는 이 권리나 의무가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근거로 이미 성인이 된 백성을 지배할 왕의 권리와 의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선배 토마스 홉스는 백성에 대한 주권자의 권리를 한편으로는 사람..

정치학의 여러 세부 전공 가운데 사실 내 전공은 정치사상이다. ‘사실’이라는 말을 굳이 붙인 이유는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방송과 신문을 통해 한국정치에 대해 발언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혹시 사람들이 내 전공을 한국정치로 오해할까 봐서이다. 한국정치나 비교정치를 전공한 학자가 지방이나 중앙의 정치 문제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지만 지방의 현실은 그런 전문적 분업을 추구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아서 그저 정치학을 전공했다는 명분만으로 온갖 이야기를 다 하고 있다. 정치사상이라는 내 전공 분야가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현실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그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정치사상은 현실 정치의 문제를 조금 더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에서 다루며, 특히 과거의 사람..

이번 지방선거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선이 끝나고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 치러졌다. 온전한 지방자치가 아니기 때문에도 원래 중앙정치의 강력한 자장 속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인데, 대선 직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여서 더욱 중앙정치의 강한 영향 속에서 치러졌다. (지방자치가 자체의 내부 논리에 따라 실시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다른 시기에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구조적 조건은 정권교체였다. 새로 출범한 중앙의 행정 권력에 줄을 대야만 지방이 한 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올 수 있고, 그래야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한 푼이라도 더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방의 주민들은 새로운 여당을 기본..

오는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 선거를 통해 광주광역시에서는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과 구의원이 새롭게 선출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의원도 한 명 보궐로 선출된다. 자치단체장의 경우와 시ㆍ구의회 의원의 경우에 요구되는 리더십이 다르고, 각 행정구역의 상황에 따라 자치단체장에게 요구되는 리더십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것은 다른 시도에서 요구되는 리더십과 광주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이 서로 조금 다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글에서는 다소 일반론적이지만 자치단체장에 초점을 맞춰 광주의 발전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1. 개념 먼저, 리더십 개념에 대해 짧게 생각해보고 넘어가자. ‘리더십’이라는 모호한 외래어 속에는 다양한 구체적 의미가 숨어 있다. 크..
[한국여성의정 광주아카데미 2019년 8월 22일 강연 원고] 광주는 재생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광주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먼저 인구상으로 재생산 위기이다. 출산이 줄어들면서 사회 전반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사회의 변화에 대응한 개개인의 노력의 결과로서 지방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구의 감소와 유출은 지역의 정치적 역량과 문화적 동질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전남에서의 유입과 서울로의 유출이 균형을 이루는 탓에 얼핏 인구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높은 유동성 탓에 광주의 정치적 역량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문화적 동질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시민적 동질성과 양립할 수 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