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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우리 대학 주변에 있는 고등학교 담벼락에 현수막이 여럿 붙어 있다. 우리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이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내건 홍보 현수막들이다. 입시철이 돌아왔나보다 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과하기에는 불안한 징조들이 엿보인다. 최근 언론을 통해 몇 가지 사실들이 보도됐다. 먼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재학생 지원자 수는 34만 여 명에 불과하고, 졸업생을 합쳐도 50만 명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 응시자 수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전체 대입 정원(49만 655명)보다 적은 수이다. 대입 지원자 수가 정원보다 적은 상황에서 지방의 일부 사립대학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제21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유행 탓에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난리들이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아무래도 불리한 쪽은 도전하는 사람이다. 일찍부터 정권심판을 이번 선거의 구호로 내걸었던 야당은 예상치 못한 감염병 사태에 무척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이다. 나라 전체가 어려운 때에 정부 비판으로만 일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경고하는 것도 평화로울 때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정부는 그래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야당에게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상황을 주도할 힘이 없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개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마침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1968년의 이른바 ‘홍콩독감’과 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끼친 영향만 놓고 보면 이번 감염증 유행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거의 모든 대학이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했고, 신입생을 맞는 각종 행사도 취소했다. 개강을 2주 연기했으며, 다시 개강 후 2주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 아직 개강도 하지 않았는데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다시 긴장하게 된다. 모두 전대미문의 일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확산할 줄 아무도 몰랐다. 일명 ‘31번 확진자’의 등장과 함께 ..
대학에서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대학 캠퍼스라고 하는 물리적 공간에서도 그렇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 사회에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한국 사회 일반의 현상이 대학에서도 나타나는 것뿐이다. 다만 대학 사회가 특별히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곳이 이른바 ‘지성의 전당’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대학을 규범적으로 ‘지성의 전당’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힘과 정치적 힘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아예 물리적 힘의 논리에도 휘둘리고 있다. 당위적으로는 지성이 힘이 장악해야 할 대학을 현실적으로는 경제력과 정치권력이, 그리고 때로는 물리력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