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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에이미 추아, , 이순희 옮김, 비아북, 2008. 제국의미래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에이미 추아 (비아북, 2008년) 상세보기 21세기를 다시 ‘제국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최소한 지난 10년간 출판된 책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2000년에 네그리와 하트가 이라는 책을 낸 이후로 ‘제국’에 관한 많은 말들과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전에도 물론 제국에 관한 말들과 책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대개 과거 역사 속의 ‘제국들’이나 ‘제국주의’를 다루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들은 현재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의 제국’을 다루고 있다. 1991년에 미국의 주도로, 그러나 유엔의 깃발 아래 인도적 명분을 내세우고서 치러진 걸프전쟁을..
※ 2008년 5월 오르가니스트 박옥주의 멘델스존 오르간작품 전곡 연주에 부쳐 쓴 글 나는 사람에게 그다지 정을 주지 않는 편이다. (무려 다섯 번이나 초등학교를 옮겨 다녀야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목사인 아버지 덕에 한 교회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는 내 처지와는 달리 끊임없이 들고 나는 교인들을 무수히 봐 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모임에 속해 있는 다른 사람에게, 그가 나보다 먼저 와 있었거나 나중에 왔거나 간에, 쉽게 정을 주지 않는다. 그가 언제 이 모임을, 그리고 나를 떠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박옥주는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의 이른바 ‘새 반주자’였다. 언제 떠날지 모를, 합창단에 갓 온 새 반주자. 그리고 2년여의 시간, 그리 길지 않은, 그러나 그리 짧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다..
※ 2008년 5월 오르가니스트 박옥주의 멘델스존 오르간작품 전곡 연주에 부쳐 쓴 글 설레는 마음으로 성당에 들어선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프로그램을 들여다본다. 연주자의 프로필과 연주곡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연주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연주자가 오르간 앞에 앉는다. 청중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든다. 연주자가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연주할 채비를 한다. 잠시 몇 초 간의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연주는 시작된다. 연주는 퍼포먼스이다. 연주는 연주자와 청중, 그리고 연주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을 전제한다. 연주를 통해서 연주자와 청중은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반복될 수 없는 비가역적인 경험을 나눈다. 사람들은 연주에 참여하고 연주는 바로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비로..
※ 2010년 10월 14일, 오르가니스트 박옥주의 슈만 오르간 작품 전곡 연주회에 부쳐 쓴 글 물결이 넘쳐 흐른다는 뜻의 한자어 ‘낭만’(浪漫)은 그 말의 서양 어원과 일견 무관해 보인다. 영어 ‘로맨스’(romance)는 영국의 어떤 정원 형태를, 또는 유럽 중세의 기사문학을 ‘로마식’(romantic)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것을 한자어로 음역한 것이 ‘낭만’과 ‘낭만적’이라는 말이다. 비록 이 말들이 음역된 것이기는 하지만, 물결이 넘쳐 흐른다는 한자어의 뜻이 ‘로맨스’라는 말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낭만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부정적으로 여겨진 이유가 바로 그 어떤 것의 과도함에 있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서 시작되었다. 17세기에 유럽에서 태동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