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논문 에세이 번역 책 (114)
정치는 어려워
강사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 강의하는 내용과 장소에 따라 강사라는 말 앞에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에어로빅 강사, 요가 강사, 수영 강사가 있고, 문화센터 강사, 학원 강사, 대학 강사가 있다. ‘대학 강사’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어디까지나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을 일컫는 중립적인 표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의미 분화 끝에 오늘날 다른 내포와 외연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전임 강사와 비전임 강사로 나뉘었고, 전임 강사가 ‘교수’가 되었고 비전임 강사가 ‘(시간)강사’가 되었으며, 오늘날 다시 교수는 ‘정규직 교수’, 시간강사는 ‘비정규직 교수’라고도 불린다. 배우는 학생의 관점에서는 모두 강의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강사이다. 환자의 눈에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모두 의사인 것과 같다...
12. "테러와 테러리즘: 정치적 폭력의 경제와 타락에 관하여", 제8권 1호,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2015년 봄, 73-97쪽. 11.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마키아벨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김경희, 에 대한 서평]", 제12집, 한국정치평론학회, 2013년, 211-217쪽. 10. "루소, 스피노자, 그리고 시민종교의 문제", 제19집 1호, 한국정치사상학회, 2013년, 109-142쪽. 9. "제국이라는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 제5집 2호, 2012년, 143-174쪽. 8.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은 누구인가", 제123호, 언론중재위원회, 2012년 여름, 47-56쪽. 7. "제국과 관용: 보편주의의 정치성에 대하여", 제43집,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2년, 527..
대학에서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대학 캠퍼스라고 하는 물리적 공간에서도 그렇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 사회에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한국 사회 일반의 현상이 대학에서도 나타나는 것뿐이다. 다만 대학 사회가 특별히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곳이 이른바 ‘지성의 전당’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대학을 규범적으로 ‘지성의 전당’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힘과 정치적 힘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아예 물리적 힘의 논리에도 휘둘리고 있다. 당위적으로는 지성이 힘이 장악해야 할 대학을 현실적으로는 경제력과 정치권력이, 그리고 때로는 물리력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시..
제 지도교수인 헤어프리트 뮌클러 교수가 최근에 밝혀진 미국 정부의 전세계적 도감청 사실에 관한 칼럼을 하나 썼기에 한국어로 한번 옮겨봅니다. (출처: http://www.mdr.de/mdr-figaro/journal/kolumne292.html) 2010년에 이미 위키리크스와 관련해 비밀의 유익에 대해 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나면 한국어로 옮겨보겠습니다. (http://www.spiegel.de/spiegel/print/d-75476953.html) Kolumne | MDR FIGARO | 28.06.2013 : Die Machiavellistische Seite der Demokratie von Herfried Münkler 칼럼/MDR 피가로/2013년 6월 28일/ 민주주의의 마키아..
무엇이 아님을 뜻하는 한자 ‘비(非)’가 그 앞에 붙은 단어들은, ‘무엇’이 아니기 때문에 그 속성이 아직 모호한데도, 이미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다. 권력은 그 ‘무엇’을 특권화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비-무엇’을,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이미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 기피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무엇’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자동적으로 ‘무엇’의 특권을 정당화한다. ‘무엇’을 추구하는 우리의 욕망은 권력의 효과이자 동시에 권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이 욕망의 정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저 ‘무엇’을 추구할 때, 우리는 ‘비-무엇’을 배제하여 ‘무엇’을 특권화하는 권력의 공범이 된다. ‘비-정규직’이라는 표현은 ‘정규직’을 특권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언론을 통해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루어진 약속들이 지켜질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로 유명한 박근혜 대통령이니만큼 일단은 의심 없이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정말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일까? 당파적 공세를 위해, 또는 그저 선거에서 생색내기용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 약속이 그렇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바꾸는 이유이다. 그 이유에 따라 국민의 신뢰가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신뢰가 사라지는 때는 말을 바꾸는 때가 아니라, 말을 바꾸는 이유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서임이 드러날 때..
'아르바이트'는 기만적인 표현이다. 그것은 '노동'이라는 그 말의 본래 뜻을 감추면서 마치 다른 것을 가리키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인다. 과거에 아르바이트는 대학생의 과외교습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사교육의 원조인 대학생 과외가 한때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업으로 삼고 큰돈을 벌면서도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탈세자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대학생의 아르바이트를 금지했지만, 대학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몰래바이트'를 계속 했다. 당시에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은 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결핍을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름을, 더 나아가서 우월함을 의미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행여 가난해서 할지라도, 땀 흘리는 노동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었다. ..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타고난 신체 조건도 ‘자산’으로 평가된다. 딱히 출중한 외모가 필요 없는 분야에서도 그 조건이 좋으면 환영받고 그렇지 않으면 능력을 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외모에 다양한 수준의 투자를 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ㆍ신체적 상처가 남기도 한다. 타고난 외모를, 그저 단정히 하는 정도를 넘어,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정작 필요한 능력을 계발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시기에 대학생들이 그런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자체가 개인과 사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반응, 눈빛과 표정을 통해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성범죄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도 채웠고 범죄자의 신상정보도 공개했지만, 재범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는 ‘화학적 거세’라도 해보자고 한다. 병적인 성욕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범죄의 원인일까? 성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범죄에 대한 사전의 공포와 범죄자에 대한 사후의 증오만 커질 뿐, 범죄를 예방할 수도 없고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모든 범죄는 사회적 범죄이다. 성범죄의 발생, 그 빈도의 증가와 형태 변화도 모두 사회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먼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흔히 여성의 신체 노출이나 음란물과 같은 성적 이미지의 범람을 원인으로 지적하곤 한다. 그래서 그 범람을 막으면 문제를..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과 함께 시작된 유럽의 근대 국민국가 체계는 19세기 말에 한반도가 있는 동아시아로까지 확장되었다. 그것이 식민주의의 형태로 확장되어 안타깝게도 조선은 근대 국민국가 체계의 정당한 일원이 될 수 없었고, 탈식민화 이후에는 미-소 양극 체계 속에 남과 북으로 각각 나뉘어 속하게 됨으로써 통일된 국민국가를 이룰 수 없었다. ‘통일국가’ 건설과 근대적 ‘주권국가’ 건설은 지난 20세기의 시대 상황이 우리에게 부과한 과제였지만, 또한 그 시대 상황 속에서 우리가 동시에 이룰 수 없었던 모순적인 과제였다. ‘주권국가’ 건설을 우선시 하여 ‘통일국가’ 건설의 과제 해결을 뒤로 미룬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이 국민국가 체계 속의 정당한 구성원임을, 즉 주권국가임을 최소한 수사적으로(rhe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