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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2016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서베를린의 관광 명소인 일명 ‘깨진종탑교회’ 앞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탈취된 트럭 한 대가 돌진한 것이다. 최소 12명이 죽고 48명이 부상을 입었다. 독일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은 사건이라고 하니 시민들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여파로 크리스마스 마켓뿐만 아니라 연말 대목을 노리던 관광 산업도 함께 위축됐다.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곳에 사람들이 방문을 꺼렸고 강해진 안전 조치가 사람들이 기대하던 연말 도심의 모습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라틴어 단어 테러(terror)는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또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테러는 폭력의 대상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것 자..

우리 대학 주변에 있는 고등학교 담벼락에 현수막이 여럿 붙어 있다. 우리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이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내건 홍보 현수막들이다. 입시철이 돌아왔나보다 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과하기에는 불안한 징조들이 엿보인다. 최근 언론을 통해 몇 가지 사실들이 보도됐다. 먼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재학생 지원자 수는 34만 여 명에 불과하고, 졸업생을 합쳐도 50만 명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 응시자 수는 이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전체 대입 정원(49만 655명)보다 적은 수이다. 대입 지원자 수가 정원보다 적은 상황에서 지방의 일부 사립대학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지난 27일 광주광역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올해 2월 3일 광주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최대 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였다. 시 당국이 이번 사태를 특별히 심각하게 여긴 이유는 확진자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동선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을 해서 추가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의 학생 한 명도 이 확진자와 같은 종교시설을 이용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정치적인 이유로 방역당국의 조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10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비웃듯이 대규모 집회를 하는가 하면, 언론 앞에서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방역당국의 코로나19 검사를 불신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가 자신들을 정..

한때 ‘운동권’ 학생회라는 말이 있었던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에 학생회는 정치적ㆍ사회적 변혁을 지향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끝나고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학생운동은 방향을 잃게 되었다. 잠시 과도기적으로 학생자치를 운동 목표로 내걸기도 했지만 1997년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영향 속에서 대학생 자체가 빠르게 ‘경제적 동물’로 변해갔고, 그에 따라 학생회도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오늘날 대학의 학생회는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이중적인 의미에서 이익집단이다. 노조가 사측의 이익과 대립되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듯이 학생회는 학교나 교수의 이익과 대립되는 학생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러나 동시에 노조가 자기 이익을 위해 활동하듯이 학생회도 자기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제21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유행 탓에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난리들이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아무래도 불리한 쪽은 도전하는 사람이다. 일찍부터 정권심판을 이번 선거의 구호로 내걸었던 야당은 예상치 못한 감염병 사태에 무척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이다. 나라 전체가 어려운 때에 정부 비판으로만 일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경고하는 것도 평화로울 때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정부는 그래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야당에게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상황을 주도할 힘이 없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