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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당원 동지 여러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당에 속해 있지 않던 사람이 선거 출마를 위해 정당에 가입한 뒤 마치 늘 정당에 속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 낯설다 못해 이상하기까지 하다. 동지(同志)는 “목적이나 뜻이 같음,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한다. 목적이나 뜻이 전부터 같았다면 왜 전에는 당원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같아진 것이라면 그 목적이나 뜻은 과연 무엇일까? 일찍이 교부(敎父) 아우구스티누스는 국가에 정의(正義)가 없으면 강도 무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익을 위해 뭉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수가 더 많고, 그래서 강해보일 수 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그 성향 때문에 결국 서로 더 많이 가지려다가 분열될 수밖..

선거가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됐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부터 생각하면 거의 1년 동안 선거가 계속된 셈이다. 이제야 비로소 선거가 끝나나 싶었는데 새로운 선거가 다시 시작됐다.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당대표 선거가 시작됐고, 국민의힘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당대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큰 싸움이 끝나면 작은 싸움이 시작되고, 작은 싸움이 끝나면 다시 큰 싸움이 시작되는 패턴의 반복이다. 지난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졌다고들 말한다. 지금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이 선거 역시 대선의 연장전처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선후보 경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지는 것 같다. 후보가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생각이나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그..

올림픽이 끝났다. 근대 올림픽은 국력 경쟁의 한 가지 방식이다. 그저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결과로서 각국이 확보하는 메달 자체가 그 나라의 국력과 지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들은 측정될 수 있고 비교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경쟁한다. 이런 국가들의 경쟁은 아무리 치열할지라도 힘의 직접적 충돌을 대신하는 한 평화에 이바지한다. 세계대전이 벌어진 때에만 올림픽이 개최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올림픽이 전쟁의 대리물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경기가 국가간 전쟁의 순화 형태라면 정당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내전의 순화 형태이다.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경쟁하는 정당들이 우열과 승패를 가리는 일이 전쟁과 같다는 것은 오늘날 선거운동을 가리..
가능성이 막힌 사회, 판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들 얼마 전에 나는 칠순을 넘기신 어르신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은 요즘 사람들이 힘들다, 어렵다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전쟁도 겪고 보릿고개도 겪은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정말로 오늘날 사정이 그렇게 어려운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어려워도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이 열심히 살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열심히 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세상을 그저 비관적으로만 여기며, 때로는 마치 정말 위기가 닥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씀하셨다. 현상적으로는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과거와 사뭇 다른 것 같다고 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