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지난 달 25일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 대학 정이사 아홉 명을 최종 선임했다. 지난 해 11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지 거의 반 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전ㆍ현직 이사들의 추천 몫을 보장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탓에 구재단과 관련된 인사가 추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이사 후보의 추천 과정에서 전ㆍ현직 이사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덕에 그 몫이 그나마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 구재단의 영향이 일절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민주화’라는 것이 원래 점진적 ‘과정’임을 생각하고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이 임시이사 체제와 정이사 체제를 반복해서 겪은 데에는 제도와 관습의 불일치 문제가 있다. 87/88년의 학원..

스피노자는 1677년 2월 21일 네덜란드 홀란트 주에 있는 도시 헤이그에서 44년 조금 넘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종이로 된 유언장은 없었지만, 폐병을 앓고 있던 스피노자가 하숙집 주인에게 자신이 죽으면 즉각 책상과 함께 그 속에 있는 편지와 원고들을 암스테르담에 있는 출판인에게 보내라고 미리 말해둔 덕분에 스피노자의 유고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스피노자의 친구들은 즉시 출간 작업에 착수했고, 그해 말 스피노자의 유고집이 출간되었다. 이미 완성은 했지만 탄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생전에 출간하지 못한 , 1670년에 이미 출간했지만 저자의 이름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 그리고 미완성 초기작 과 스피노자가 죽기 직전까지 작업한 이 이로써 그 저자의 이름과 함께 세상에 공개되었다. 스피노자의 은 16..

아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도 아직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섣불리 다음 시대를 예상하기보다 지금 이 시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에 우선 집중하자.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의 본질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직장생활의 본질이 사무실에 나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데에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담당하는 일을 어디에서건 하는 데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신앙생활의 본질이 매주 정해진 시간에 예배당에 나와 앉아 다함께..

4.15 총선이 끝났다. 대통령의 임기 중에 치러지는 총선은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라고들 말한다. 평가의 결과는 놀라웠다. 여당은 국회의 전체 300석 가운데 무려 180석을 차지했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권 심판’을 외쳤던 제1야당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특히 호남지역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정당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인 줄 알았던 총선이 사실상 의회평가, 야당평가가 된 셈이다. 때마침 총선이 치러진 지난주는 평상시라면 대학에서 중간시험이 실시되는 주였다. 이번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개강 자체가 2주 늦어져서 중간시험 기간도 그만큼 늦어진 데다가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중간시험이 예전처럼 실시되기 어려워졌다. ..

제21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유행 탓에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난리들이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아무래도 불리한 쪽은 도전하는 사람이다. 일찍부터 정권심판을 이번 선거의 구호로 내걸었던 야당은 예상치 못한 감염병 사태에 무척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이다. 나라 전체가 어려운 때에 정부 비판으로만 일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경고하는 것도 평화로울 때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정부는 그래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야당에게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상황을 주도할 힘이 없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