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마침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1968년의 이른바 ‘홍콩독감’과 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끼친 영향만 놓고 보면 이번 감염증 유행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거의 모든 대학이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했고, 신입생을 맞는 각종 행사도 취소했다. 개강을 2주 연기했으며, 다시 개강 후 2주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 아직 개강도 하지 않았는데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다시 긴장하게 된다. 모두 전대미문의 일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확산할 줄 아무도 몰랐다. 일명 ‘31번 확진자’의 등장과 함께 ..

극우주의는 인간의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주장합니다. 독일의 나치즘은 인종과 민족의 우열을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열등한 민족의 배제와 제거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인종간의 우열과 차별을 옹호하는 주장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파가 인간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강조하고 그에 근거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한 것으로 옹호한다면, 극우파 이데올로기는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넘어서는 종족간, 민족간, 인종간의 생래적 차이를 주장하며 그에 근거한 우월한 집단의 지배를 추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일수록 극우주의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단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집단을 지배할 자격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열등한 민족에 대한 독일 민족의 지배, 유색인종..

철학자 스피노자는 한 편지에서 ‘생각하는 돌’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움직이는 돌이 있는데, 이 돌에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돌은 자기가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돌은 자기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어서 자기가 온전히 자유롭다고 믿으며, 오로지 자기가 원해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인간의 자유입니다. 인간의 자유란 사실 인간이 자기의 욕구는 의식하지만 그 욕구를 결정하는 원인은 모르는 데에서 비롯하는 관념입니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과 남에게 ‘인격’을 부여한다. ‘인격’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키우는 동물에..

베를린은 확실히 매력적인 도시이다. 사람이 이렇게 북적거리는 것을 보면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정확한 수치상의 증거 없이도 몸으로 그런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나는 20년 전인 1999년 처음 베를린 땅에 도착해 7년 가까이 살다가 귀국한 후, 작년 여름 다시 베를린에 와서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사이의 변화를 한번 되짚어 보려고 한다. 서울과 베를린을 잇는 직항 노선이 여전히 없는데도 최근 들어 한국인들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연예인들도 이제 파리는 식상해서인지 베를린으로 화보와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많이들 온다. 유학(지망)생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인지 원래 많던 한인 교회의 수가 그 사이에 더 늘었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한국학 연구소 초청으로 그..

우스갯소리로 인류 최고의 난제라고 부르는 문제가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도대체 뭘 기대하고 묻는 것일까? 제3자는 별 부담 없이 물을 수 있지만, 그런 질문을 받은 아이도, 아이의 부모도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이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한다. 대답에 따라 서운해 할 엄마나 아빠를 걱정하여 대답을 기피하기도 한다. 별 생각 없이 엄마나 아빠가 더 좋다고 대답하면, 아이에게서 선택 받지 못한 엄마나 아빠는 내심 서운하다. 우리는 그 반대로 묻기도 한다. 여러 명의 자식 가운데 어느 자식이 더 예쁘냐는 질문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로 대답을 회피하지만, 사실 아픈 것과 예쁜 것은 다르다. 행여 어느 한 자식을 다른 자식보다 더 예뻐하는 마음을 들키기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