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중간평가와 중간시험, 결과를 잘 해석해야 발전할 수 있다 본문
4.15 총선이 끝났다. 대통령의 임기 중에 치러지는 총선은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라고들 말한다. 평가의 결과는 놀라웠다. 여당은 국회의 전체 300석 가운데 무려 180석을 차지했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권 심판’을 외쳤던 제1야당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특히 호남지역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정당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인 줄 알았던 총선이 사실상 의회평가, 야당평가가 된 셈이다.
때마침 총선이 치러진 지난주는 평상시라면 대학에서 중간시험이 실시되는 주였다. 이번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개강 자체가 2주 늦어져서 중간시험 기간도 그만큼 늦어진 데다가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중간시험이 예전처럼 실시되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중간시험 기간에 아예 수업이 실시되지 않아서 그 기간 동안 캠퍼스는 한적하면서도 살짝 긴장된 듯한 분위기였다. 중간시험 기간을 마치 공인된 휴강 기간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지하게 한 학기의 전반부에 배우고 익힌 것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는 사람도 물론 많았다.
학기 중간에 이루어지는 평가와 그에 대한 피드백은 이어지는 학습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데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문제를 틀리는지 알아야 나중에 실전에서 정답을 맞힐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학습 방식과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야 그 점을 개선해 다음에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의 결과가 적힌 성적표를 받아들고 각 당은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거의 퇴학 수준의 경고를 받은 정당도 있고, 이러다가는 기말시험에서도 C학점을 받을 것 같은 정당도 있다. 일단 A학점을 받기는 했는데, 이것이 자신에 대한 평가인지 부모에 대한 평가인지, 상대평가의 결과인지 절대평가의 결과인지 애매한 정당도 있다. 중간시험 성적표를 보고 무슨 교훈을 도출해야 할지가 참으로 막막한 상황인 것이다.
대학의 중간시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비교적 쉬워 보인다. 교수의 강의를 좀 더 열심히 들어야 할지, 교과서를 좀 더 꼼꼼히 읽어야 할지, 답안지에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많이 적어야 할지 등을 그리 어렵지 않게 성적을 통해 알 수 있다. 부여된 점수만으로 이와 같은 교훈을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교수의 적극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피드백이 학생에게만 유익한 것은 아니다. 학생의 과제나 답안지에 몇 마디 평가의 말이라도 남기다보면 교수 자신의 수업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앞으로의 수업 방향과 강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교수 입장에서는 수강하는 학생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고, 학생마다 수준과 열의가 다르기 때문이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단 한 과목만 수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관계인 것 같지만 사실상 다대다 관계인 것이다. 정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평가자인 유권자 개개인은 그나마 몇 개의 정당 사이에서 두 개의 표를 가지고 평가하지만, 각 정당은 상이한 성향과 이해관계를 가진 수많은 유권자의 평가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평가는 하는 입장에서도 받는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를 수도 없다. 두려워서 피하고 싶은 것이 평가이지만, 평가 없이는 나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나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
※ 이 글은 2020년 4월 20일자 <조대신문> 제1121호 사설로 작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