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광주와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행사가 치러졌다. 2년 전 처음 시작된 두 도시의 청년 교류가 독일 청년들의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3년째 이어지게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지게 될지 모르는 이 교류의 시작은 이렇다. 2022년 4월쯤이었다. 한때 우리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 함부르크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안톤 숄츠 씨가 나에게 전화를 해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교류 파트너를 찾고 있는데 혹시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맡겠노라고 대답했고, 그해 9월 처음 함부르크에서 청년 16명이 광주를 방문해 우리 대학 학생들과 10일간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이 교류는 함부르크의 어느 청소년의 집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함께..

내가 마지막으로 헌혈을 한 것은 1998년이다. 한때는 나도 기꺼이 헌혈에 동참하는, 피 뽑는 것 정도는 무서워하지 않는 용감한 청년이었다. 문제는 1999년 독일로 유학간 뒤에 생겼다. 영국발 광우병 사태가 유럽 전체를 휩쓸던 2000년, 유럽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유통되던 쇠고기를 전량 수거해 폐기해야 하느냐 마느냐 논쟁이 일었다. 쇠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염려가 급증했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건강을 염려했다.어느날 선배와 저녁에 맥주를 마시러 갔다. 안주로 소시지를 시키자 선배가 먹지 않았다. 쇠고기가 섞여 있을지 모르는 소시지조차 먹기 불안했던 것이다. 당분간 쇠고기는 물론이고 육류 자체를 되도록 먹지 않으려던 선배에게 농담으로 말했다. “이 소시지 먹으..
https://kugnews.tistory.com/621 정치 테러의 가면을 쓴 병든 사회의 민낯정치 테러의 가면을 쓴 병든 사회의 민낯 지난 1월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습격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kugnews.tistory.com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직접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근대 민주주의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한 미국은 새로운 통치 체제를 도입했다. 그것은 왕정이 아니어서 공화정이라고 불렸지만, 아직 민주정이라고 불리지는 않았다. 민주정은 가난하고 무식한 대중의 ‘직접’ 참여를 가리키는 위험한 이름이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새 정부에 그런 이름을 붙이기를 꺼렸다. 그러나 결국 이 새로운 체제는 민주주의라고 불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고대의 ‘직접’ 민주주의와 구별해 ‘대의’ 또는 ‘간접’ 민주주의라고 불렀다.현대의 대의 민주주의가 어쨌거나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복잡한 정치 과정의 시작이 ‘민(民)’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직접 민주주의에서는 정..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사건은 조국혁신당의 깜짝 등장과 의외의 성공이다.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도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24.25%의 표를 얻어 제22대 국회에서 12석을 차지하게 됐다. 단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지만, 애초에 법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는 10석을 목표로 시작한 정당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표의 운명과 결부된 이 당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국혁신당에 한 가지 기대를 품게 됐다. 지난 2월 13일 조국 대표는 자신의 고향 부산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선언 장소는 1979년 부마항쟁을 기념하는 민주공원이었다. 다음날 조 대표는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