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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광주-함부르크 청년 교류를 마치고

공진성 2024. 10. 9. 22:40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광주와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행사가 치러졌다. 2년 전 처음 시작된 두 도시의 청년 교류가 독일 청년들의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3년째 이어지게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지게 될지 모르는 이 교류의 시작은 이렇다.

20224월쯤이었다. 한때 우리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 함부르크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안톤 숄츠 씨가 나에게 전화를 해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교류 파트너를 찾고 있는데 혹시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맡겠노라고 대답했고, 그해 9월 처음 함부르크에서 청년 16명이 광주를 방문해 우리 대학 학생들과 10일간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 교류는 함부르크의 어느 청소년의 집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함께 성장하며 일찍이 한국 청주와의 교류를 경험한 청년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다른 도시의 청년들과 교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청주가 아닌 도시 가운데 함부르크와 비슷한 항구도시 부산을 염두에 두고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고향 선배 안톤 숄츠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가 나에게 연락해 결국 광주의 청년들과 이어지게 됐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한국의 흔한 해외 방문 프로젝트와 사뭇 달랐다. 한국은 여전히 자국 청년들을 해외에 내보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다. 외국인을 초청할 때도 뭔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함부르크 청년들이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자신들이 외국에서 만나고 사귄 친구를 다시 함부르크로 초청하는 것까지를 포함했다. 초청 대상에 특별한 자격 요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교류를 통해 청년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독일 정부는 후원했다. 그 덕에 나는 16명의 학생을 데리고 작년 여름에 함부르크를 방문할 수 있었다.

작년에 독일을 방문한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져서 올해 교류 행사에는 참여 신청자가 적지 않았다. 이런 교류를 경험해 볼 기회를 더 많은 학생에게 주고 싶었지만, 기본적으로 방문자 수에 맞게 파트너를 뽑아야 해서 수적 제한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적은 수조차 뽑기 어려웠던 이유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학생이 의외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신의 일상을 잠시 제쳐두고 외국인 친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려는 학생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적절한 영어 소통 능력과 참여 의지를 가진 학생들을 여럿 찾을 수 있었고, 이들과 함께 10일간의 교류 행사를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함께 광주의 곳곳을 돌아다녔다. 시립미술관과 비엔날레 전시관도 둘러봤다. 독일어회화수업에 들어가 한국 학생들의 독일어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고, 유럽정치론수업에 들어가 유럽연합 속의 독일과 함부르크에 대해 발표했다. 함께 담양과 보성으로 짧은 여행도 다녀왔고, 영화 택시 운전사를 감상한 뒤 함께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도 했다. 함께 무등산에도 올랐고,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10일간 열심히 어울려 놀았다.

이 교류가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과 기억으로 남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아무쪼록 학생들이 사람을 만나는 것의 가치와 기쁨을 깨달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앞으로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249월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광주를 찾아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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