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흔히 뱀은 인간을 타락시킨 원흉으로 여겨지곤 한다. 인간의 범죄와 타락을 결과로 놓고 그 원인을 간교한 뱀의 유혹에서 찾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징적 사건을 기록해 놓은 「창세기」를 스피노자와 함께 잘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창세기」 2장은 “사람과 그 아내가 둘 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어지는 3장에는 사람(아담)과 그 아내(하와)가 금지된 열매를 먹고 눈이 열려서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녁에 하느님이 사람을 찾았을 때,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서 숨었습니다.” 선과 악을 알게 된 사람을 동산에서 내쫓으며 하느님은..

“신호등이 꺼졌다.” 최근 며칠간 독일 관련 뉴스에 등장한 표현이다. ‘신호등 연정’은 독일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의 상징 색이 각각 빨강, 초록, 노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사회민주당 소속의 숄츠 총리가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던 자유민주당 소속의 린트너 재무장관을 해임했다. 그가 연립정부 구성 당시의 합의에 어긋나게 행동한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이로써 연립정부가 무너졌다.숄츠 총리는 애초에 내년 예산안 처리를 마치고 성탄절 연휴를 보내고 나서 내년 초에나 자신에 대한 의회의 신임 여부를 물을 계획이었다. 그때에도 의회의 다수가 자신을 여전히 지지하면, 비록 ‘신호등 연정’은 깨졌지만, 자신이 정부를 계속 운영해 갈 생각이었고, 만약 의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광주와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행사가 치러졌다. 2년 전 처음 시작된 두 도시의 청년 교류가 독일 청년들의 이번 광주 방문을 통해 3년째 이어지게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지게 될지 모르는 이 교류의 시작은 이렇다. 2022년 4월쯤이었다. 한때 우리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 함부르크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안톤 숄츠 씨가 나에게 전화를 해 함부르크의 청년들이 교류 파트너를 찾고 있는데 혹시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맡겠노라고 대답했고, 그해 9월 처음 함부르크에서 청년 16명이 광주를 방문해 우리 대학 학생들과 10일간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이 교류는 함부르크의 어느 청소년의 집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함께..

내가 마지막으로 헌혈을 한 것은 1998년이다. 한때는 나도 기꺼이 헌혈에 동참하는, 피 뽑는 것 정도는 무서워하지 않는 용감한 청년이었다. 문제는 1999년 독일로 유학간 뒤에 생겼다. 영국발 광우병 사태가 유럽 전체를 휩쓸던 2000년, 유럽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유통되던 쇠고기를 전량 수거해 폐기해야 하느냐 마느냐 논쟁이 일었다. 쇠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염려가 급증했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건강을 염려했다.어느날 선배와 저녁에 맥주를 마시러 갔다. 안주로 소시지를 시키자 선배가 먹지 않았다. 쇠고기가 섞여 있을지 모르는 소시지조차 먹기 불안했던 것이다. 당분간 쇠고기는 물론이고 육류 자체를 되도록 먹지 않으려던 선배에게 농담으로 말했다. “이 소시지 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