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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교수의 학생 지도에서는 앞에서 학생들을 이끄는 일과 뒤에서 그들을 밀어 주는 일,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할 것이다. 앞뒤 두 가지 일이 죽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교수는 학생들을 위한 선도자(先導者)가 되면서 아울러서 후원자(後援者)가 돼야 할 것이다. 양자를 겸해야 할 것이다. ... 1차적 강의만으로는 이 양자가 겸해질 수 없다. 2차적 강의가 1차와 겸해질 때 비로소 그것이 이룩될 것이다. 그러니까, 강의실에서 입으로 하는 수업만으로는 교수의 강의는 한 쪽 바퀴가 빠진 손수레 꼴이 되고 말 것이다." -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의 원로칼럼 에서 2차적 강의는 정말 많은 시간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이 쓴 글을 교수가 꼼꼼히 읽고 밑줄 긋고 첨언해서 돌..
"어느 대학에서 개설한 '음주 문화와 와인의 이해'라는 교양 강좌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점차 대중화되어 가는 와인을 직접 시음해 보며 글로벌 에티켓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이른바 글로벌 에티켓을 배우려고 대학에 들어왔다? 물론 대학은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뒤처져 고리타분한 '상아탑주의'로 남아서는 안 된다. 글로벌화와 글로벌 시대는 대학 사회에도 커다란 도전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글로벌 에티켓'을 가르치는 것에 대학의 역할이나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은 오히려 글로벌 에티켓을 글로벌 시대의 구성요소로서 연구 대상으로 삼아 분석하고 설명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인 토론을 전개해야 한다. 즉 글로벌 시대는 대학에게 인식의 대상이지 예의범절의..
김덕영, , 인물과사상사, 2007년. "객관식 시험은 유아기 단계의 정신적 능력에 해당한다. 유아기에 인간은 이 세상에 '정답'이 있고 '오답'이 있다는 식으로 주변의 환경과 사물을 지각하면서 성장한다. 이를테면 유아는 먹어도 되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배운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하기조차 힘들다. 그는 세상의 '정답'과 '오답'을 객관적인 외부 존재로부터 배운다. 정답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엄마이다. 어린아이들은 남의 역할을 잘 흉내 내는데, 이렇게 해서 세상의 '정답'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라며 서서히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면서 주관적인 '세계상'을 정립하게 된다. 이른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 그런데 한국 사회는 객관식 시험을 통해 개인이 유아기적 단계를 벗..
"대학교는 중고등학교와 다르다. 공부의 내용과 방법이 다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배워야 할 것이 정해져 있다. 배워야 할 사람도 정해져 있다. 교과서의 내용을 교사에게서 배운다. 대학은 그렇지 않다. 배워야 할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강의 제목은 제목일 뿐이다. 내용은 학생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배워야 할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교수는 도우미일 뿐이다. 누구에게 배울 것인가는 학생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대학에서 책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대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생각한다. 이것이 대학생의 공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의 공부 내용은 학생이 고른 책의 내용이 되고, 대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은 학생이 선택한 책의 저자가 된다. [...] 자신이 선택한 전공, 또..
"영화의 입소문처럼 강좌도 다른 배경 정보가 중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정보는 과목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나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른 것일 뿐, 과목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도 아니며 자신의 취향이나 학습목표와 관련된 판단일 수도 없다. 강의계획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대학 학습 계획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선택한 과목은 전체 학습계획의 일환이 되기 때문에 대학 공부를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좋은 학점을 딸 확율이 높다. 강의 계획서에는 대부분 교재와 참고문헌이 소개되어 있다. 이 문헌들을 미리 훑어보는 것이 좋다. 첫 수업에서 교수가 해주는 강좌 소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교재와 참고문헌을 확인해 보고 첫 수업에 임하면 더 상세한 수업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미리 책을 ..
"잘 알려졌듯이 멘토는 호메로스의 에 등장하는 왕 오디세이아가 트로이전쟁에 나가면서 그의 사랑하는 아들 테레마코스를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 멘토르에게 맡겼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로부터 멘토는 충고자, 조언자, 안내자란 뜻으로 쓰인다."(장성민, "교수, 학문적 스승이자 인생의 멘토", (학이시습, 2011), 104쪽)
이 땅에서 사상의 몫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도, 물 위에 뜬 기름 꼴. 잘 되어도 그렇다. 대중의 선택과 헛돌며 떠도는 존재. 못 되면 말 할 나위도 없다. 물을 뒤덮는 기름 공해.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먹고 마실 물과 동떨어져 오히려 그 물을 질식시키는 존재. 그렇다면 대중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까? 그들조차 모른다. 물론 일상적 차원에서는 그들은 그것을 찾았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기껏해야 이미 없어진 과거의 골동품에서 그것을 찾거나, 고통 없이 수입된 것에서 그것을 찾는다. 그것의 처지 역시 기름이다. - 김진석, , 12쪽 -
소통과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2010. 알버트 오토 허쉬만(Albert Otto Hirschman)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1915년에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서 공부했고, 스페인, 프랑스, 북아프리카, 이탈리아에서 직접 전쟁을 치렀으며, 남미에서 경제고문관으로 일했고,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에서 가르쳤다. 그의 이런 독특한 이력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이 그의 학문은 여러 분과학문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여러 나라와 지역을 아우르며, 추상적 이론과 구체적 현실의 복잡한 관계를 매우 절묘하게 드러낸다. 그를 유명한 개발경제학자로 만든 다른 책들과는 그 소재의 측면에서 사뭇 다른 이 책, (The Rhetoric..
공부는 3D 업종이다 곽 준 혁(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 공부법에 대해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부족한 내 스스로의 공부법을 담담한 언어로 표현해야 할지, 아니면 충격으로 다가왔던 지난 몇 년간의 선생으로서의 경험을 서술해야 할지 망설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장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말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과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강단에 오르며 다짐한 바가 있었다. 다음 세대의 연구자들에게 유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일 수 있도록, 나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러나 겨우 4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나의 결심에 대해 적지 않게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