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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이번 지방선거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선이 끝나고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 치러졌다. 온전한 지방자치가 아니기 때문에도 원래 중앙정치의 강력한 자장 속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인데, 대선 직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여서 더욱 중앙정치의 강한 영향 속에서 치러졌다. (지방자치가 자체의 내부 논리에 따라 실시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다른 시기에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구조적 조건은 정권교체였다. 새로 출범한 중앙의 행정 권력에 줄을 대야만 지방이 한 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올 수 있고, 그래야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한 푼이라도 더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방의 주민들은 새로운 여당을 기본..

베를린에는 그라피티가 참 많다. 나로서는 그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괴상한 글자들이 도시 곳곳에 그려져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런 곳에까지 가서 낙서를 했을까 싶은 곳에도 그림 아닌 그림이 그려져 있다. 형형색색의 꼬불꼬불한 글자들 가운데 어떤 것은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어떤 것은 그저 수준 낮은 낙서처럼 보인다. 유학시절 하루는 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수준 미달의 그라피티를 보고 내가 비웃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연습은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다. 누구에게나 연습은 필요하다. 처음부터 바스키아나 뱅크시가 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습작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벽에 낙서를 잘 하기 위해서도 일단 벽에 낙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벽에 낙서를 하려면 낙서할 벽이 있어야 한다. 그러..
민주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무도 특권을 굳이 먼저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참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대중에게 정치에 참여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기에게 그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란 어렵다. 참정권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주장했다. 정치에 참여할 능력이 없는 사람도 누가 그런 능력을 가졌는지, 또 그들 가운데 누가 더 나은지 정도는 분별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일종의 타협책으로서 대중에게는 정치에 직접 참여할 권리 대신에 참여할 사람을 선택할 권리, 즉 투표의 권리가 주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 투표의 권리조차도 지금처럼 모든 성인 남녀에게 부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1948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헌법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