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사설] 등록금 협의시에 기억해야 할 두 가지 본문
2012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과 함께 확정해야 할 것은 수업시간표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률을 개강 후에 학생자치기구와 협의하여 확정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올해에는 인하율을 확정하게 될 것 같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오늘날 대학교육은 거의 의무교육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 재정적 부담은 그 동안 학생측이 지나치게 많이 져왔다. 몇 해 전부터 이 사실을 지적하며 그 부담을 사회적으로 나누어 질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른바 ‘반값등록금’ 운동이다. 한번 높아진 기대는, 게다가 그것이 실현된 사례를 목격한 이상, 앞으로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학생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일시적으로 등록금 인하 압력을 대학에 가했다. 그리고 올해 거의 모든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했다. 일정한 보상에 대한 기대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하여 정부의 압력이 등록금 인하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 효과는 불분명하다.
우리 학교도 명목등록금을 2.1% 인하했다고 한다. 늘어난 장학금의 효과까지 포함하면 평균 7.3% 인하된 셈이라고도 한다. 이 수치의 근거를 두고, 또 그 근거의 타당성을 두고 앞으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등록금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대학의 모든 구성원에게 똑같을 것이다. 협의에 앞서 다만 두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이 협의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그저 값을 정하기 위한 흥정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을 상품으로 간주하는 순간 우리는 최소의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하려는 공급자와, 마찬가지로 최소의 비용으로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 경제적 합리성이 결코 교육적ㆍ학문적 합리성이 될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등록금 인상과 인하를 둘러싼 싸움이 결코 대학과 학생 간의 제로섬 게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등록금과 관련하여 우리는 한 쪽의 손해가 다른 쪽에 이득이 되는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보지 않을 때에 비로소 이것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 수 있고 또한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 학교의 등록금 협의가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육비용의 사회적 분담을 위해 대학과 학생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시장이 아니라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우리가 마땅히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글은 <조대신문> 2012년 3월 5일자 사설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