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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발렌타인데이와 제국

공진성 2012. 2. 15. 14:43
제국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세계사
지은이 스티븐 하우 (뿌리와이파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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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이 책 원고 작업을 거의 끝마치기로 되어 있는(그러면 좋겠지만) 2002년 2월 14일이다. 제국에 대해 다루므로 편협해보이는 지역주의적인 태도는 피해야겠지만, 어쨌든 나는 오늘 런던에서 발행된 주요 신문들을 살펴볼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신문들을 훑어볼 수 있다. 내 언어능력의 한계만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것은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덕분이다. 지나치게 흥분한 듯한 평론가들은 이것도 새로운 종류의 글로벌 제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국의 신문들만 읽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영국 신문들은 전 세계에서 이야기를 가져온다. 그리고 거기에 실린 거의 모든 이야기들은 어떤 식으로든 제국의 유산들을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서양인들에게 2월 14일은 연인들이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이다. 최근 들어 인도에서도 밸런타인데이에 얽힌 풍습이 대중들에게 널리 퍼졌다. 그런데 어떤 영국 신문을 보니 '쉬브 세나Shiv Sena'라는 보수적인 힌두당 활동가들이 이 풍습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하는 것이 어리석고 물질적이며 비도덕적인 짓이라고 불평했다. 밸런타인데이는 인도의 전통이나 종교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것들을 위협하는 낯선 수입문화였다. 종교적인 뜻이 전혀 없다 해도 젊은 힌두인들이 기독교 성인의 이름을 딴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쉬브 세나의 반反밸런타인 활동가들은 그리 해로울 것 없는 이 축제에 대해 불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가 문화 제국주의의 힘에 저항하고 있다고 여긴다. 밸런타인데이는 맥도날드, 코카콜라, 팝음악, '느슨한' 성도덕과 더불어 인도 문명에 파고드는 지구적인 위협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밸런타인데이의 영향에 저항하는 것은 인도의 오랜 반식민주의 투쟁의 연장인 셈이다.(19-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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