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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작년 7월 5일자 아침시평에서 나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읽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 선언문에 20세기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그의 진짜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수 정당 후보로 나서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수 유권자의 마음에 영합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가지고 성급하게 대중을 이끌려고 하거나 대중의 이데올로기적 시각에 영합하려고 하면 정치공동체의 운명이 암울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반걸음’ 앞서 나갈 것을 주문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고 나는 당시 선언문에 담긴 생각이 본인의 것이었음을 알았다. 취임사의 내용도 같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그 이데올로기의 서사는 ..
대학에서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대학 캠퍼스라고 하는 물리적 공간에서도 그렇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 사회에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한국 사회 일반의 현상이 대학에서도 나타나는 것뿐이다. 다만 대학 사회가 특별히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곳이 이른바 ‘지성의 전당’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대학을 규범적으로 ‘지성의 전당’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힘과 정치적 힘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아예 물리적 힘의 논리에도 휘둘리고 있다. 당위적으로는 지성이 힘이 장악해야 할 대학을 현실적으로는 경제력과 정치권력이, 그리고 때로는 물리력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