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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작년 7월 5일자 아침시평에서 나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읽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 선언문에 20세기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그의 진짜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수 정당 후보로 나서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수 유권자의 마음에 영합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가지고 성급하게 대중을 이끌려고 하거나 대중의 이데올로기적 시각에 영합하려고 하면 정치공동체의 운명이 암울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반걸음’ 앞서 나갈 것을 주문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고 나는 당시 선언문에 담긴 생각이 본인의 것이었음을 알았다. 취임사의 내용도 같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그 이데올로기의 서사는 ..

20세기를 가리키는 여러 가지 표현 가운데 하나는 ‘이데올로기의 시대’이다. 20세기에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같은 이념들이 등장하여 서로 경쟁했다는 말이다. 그 이념들이 등장한 것은 물론 좀 더 오래되었지만, 그것들이 전 세계로 퍼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히 20세기의 일이니, 20세기를 ‘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에 이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참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서로 자신이 반대하는 세력이 가진 생각을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한쪽에서 상대방이 마치 주술에 걸려 있는 것처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런 식의 주장이야말로 반체제적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중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