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윤석열 (3)
정치는 어려워

“신호등이 꺼졌다.” 최근 며칠간 독일 관련 뉴스에 등장한 표현이다. ‘신호등 연정’은 독일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의 상징 색이 각각 빨강, 초록, 노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사회민주당 소속의 숄츠 총리가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던 자유민주당 소속의 린트너 재무장관을 해임했다. 그가 연립정부 구성 당시의 합의에 어긋나게 행동한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이로써 연립정부가 무너졌다.숄츠 총리는 애초에 내년 예산안 처리를 마치고 성탄절 연휴를 보내고 나서 내년 초에나 자신에 대한 의회의 신임 여부를 물을 계획이었다. 그때에도 의회의 다수가 자신을 여전히 지지하면, 비록 ‘신호등 연정’은 깨졌지만, 자신이 정부를 계속 운영해 갈 생각이었고, 만약 의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

선거가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됐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부터 생각하면 거의 1년 동안 선거가 계속된 셈이다. 이제야 비로소 선거가 끝나나 싶었는데 새로운 선거가 다시 시작됐다.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당대표 선거가 시작됐고, 국민의힘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당대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큰 싸움이 끝나면 작은 싸움이 시작되고, 작은 싸움이 끝나면 다시 큰 싸움이 시작되는 패턴의 반복이다. 지난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졌다고들 말한다. 지금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이 선거 역시 대선의 연장전처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선후보 경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지는 것 같다. 후보가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생각이나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그..

작년 7월 5일자 아침시평에서 나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읽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 선언문에 20세기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그의 진짜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수 정당 후보로 나서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수 유권자의 마음에 영합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가지고 성급하게 대중을 이끌려고 하거나 대중의 이데올로기적 시각에 영합하려고 하면 정치공동체의 운명이 암울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반걸음’ 앞서 나갈 것을 주문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고 나는 당시 선언문에 담긴 생각이 본인의 것이었음을 알았다. 취임사의 내용도 같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그 이데올로기의 서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