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려워
대학언론, 기록해야 산다 본문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대학의 언론도 목적론적으로 도입되어 발전했다. 이른바 선진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진화적으로 출현한 각종 제도와 관행들이 그 선진 사회를 발전 모델로 삼은 후발 국가에서는 당위처럼 받아들여졌다. 근대식 군대와 학교, 병원, 그리고 언론이 그렇게 우리 사회에 도입됐다. 이미 어느 정도 발전한 사회의 제도들을 모방했기 때문에 이 기관들은 아직 그만큼 발전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후발 근대화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그곳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나머지 사회 전체를 선도했고, 대학과 관련된 것은 그래서 뭇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느덧 우리 사회 전체가 발전하여 관계가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한때 사회를 이끌던 제도와 기관들은 낡은 것이 되어서 시장이 제공하는 것들에 밀리게 되었다. 여전히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군대를 제외하면 근대화를 주도했던 거의 모든 기관들이 이제 시장논리에 휘둘리고 있거나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쟁 기관들에 밀려서 고전하고 있다. 대학도, 그곳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도 사회 전체를 선도하기는커녕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며 생존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한때 대학 언론사의 기자가 되어 ‘보도’ 완장을 차고 취재를 하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고서 취재를 하지도 않지만, 기자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조차 드물다. 학생들이 읽지 않는 신문과 듣지 않는 방송을 위해 열정을 바치려는 학생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신문과 방송을 제작하는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다. 이 세상에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읽을거리, 볼거리, 들을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그 모든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굳이 학생들이 낡고 촌스러운 형식의 재미도 없는 대학 언론 기사와 방송에 주목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주목경쟁에서 대학 언론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근 조대신문 전ㆍ현직 기자 네 사람이 언론 관련 공모전에서 연달아 상을 받았다.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하는 탐사ㆍ심층ㆍ르포취재물 공모에서 전직 기자 두 사람이 먼저 우수상을 받았다. 광주 어느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이어서 작년 4월 치러진 총선을 다룬 특집기사 세 편으로 전ㆍ현직 기자 두 사람이 시사IN 대학기자상을 받았다. ‘지역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새해 초에 들려온 이 좋은 소식들에서 대학 언론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목)소리의 기록이다.
보편적 다수의 관심을 끄는 경쟁에서 대학 언론이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모두가 돈이 되는 다수의 (목)소리를 좇아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고 노력할 때, 역으로 대학 언론은, 특히 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대학 언론은 구체적인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남들이 기록하지 않는 것을 기록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일을 해야 한다. 똑같은 형식으로 똑같은 내용을 답습하는 것도 연습과 훈련 차원에서는 필요할 수 있지만, 그런 신문과 방송이라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지금 당장 학생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금 당장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더라도, 조선대학교와 호남,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역사 서술에 긴요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대학 언론이 또한 그 역사에 기록될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 이 글은 2021년 2월 1일 발행된 <조대신문> 제1130호의 사설로 작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