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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능력

공진성 2013. 6. 7. 15:11

교육의 결과를 성과주의로 평가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의 효과는 졸업 시점에서 취득하는 단위 수와 성적, 자격, 전문지식, 기능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등교육에서 배운 좀 더 중요한 기법이라고 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은 종합적으로 수치화하기가 불가능하다. 식견, 파단력, 감수성, 취미 등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익혔는지 물질화해 버리면 본인도 모른다. 하물며 학교에서 익힌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는 능력'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인 메타 능력meta competency이다. 말하자면 '척도를 만들어낼 능력'이다. '척도를 만들어내는 힘'은 기존의 '척도'로 계측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육의 결과는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이것은 당연하다. 이 교육의 결과를 수치화할 수 있고, 수치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학교를 공장으로 보고, 졸업생을 제품으로 간주하는 시장주의적 교육관의 위험성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재'라는 말을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은 제품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사실에 이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기 조직화하는 제품'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기 때문이다. 아무데나 놓아두어도 자동적으로 기능이 고도화하는 전기제품이라든가, 찬장에 넣어둔 동안 저절로 맛이 좋아지는 통조림이 있을 턱이 만무하다.

 

하지만 인간이 교육을 통해서 익히는 최고의 자질은 바로 이런 힘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능력, 교육의 목표는 이 능력을 습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의 '입구'에서도 '출구'에서도 시장원리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도, 졸업생을 맞이하는 사회도 배움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 배움의 의미를 모르는 인간은 노동의 의미도 모른다.

 

우치다 타츠루, <하류지향>(열음사, 2007)189-191쪽에서

 

 


하류지향

저자
우치다 타츠루 지음
출판사
열음사 | 2007-10-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선택은 공부와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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