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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려워

[사설] 외모를 신뢰할 것인가, 자신과 사회를 신뢰할 것인가 본문

논문 에세이 번역 책

[사설] 외모를 신뢰할 것인가, 자신과 사회를 신뢰할 것인가

공진성 2012. 9. 16. 13:52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타고난 신체 조건도 ‘자산’으로 평가된다. 딱히 출중한 외모가 필요 없는 분야에서도 그 조건이 좋으면 환영받고 그렇지 않으면 능력을 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외모에 다양한 수준의 투자를 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ㆍ신체적 상처가 남기도 한다. 타고난 외모를, 그저 단정히 하는 정도를 넘어,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정작 필요한 능력을 계발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시기에 대학생들이 그런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자체가 개인과 사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반응, 눈빛과 표정을 통해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형성된다. 한국사회의 과도한 경쟁과 서열화는 대부분의 사람을 긍정적 자아를 가지기 어렵게 만든다. 무엇을 해도 잘 한 일보다 못 한 일이 많고, 늘 더 잘 해야 할 일만 있기 때문이다. 칭찬보다 꾸중을 더 많이 듣고 자란 사람이, 예뻐하는 눈빛보다 경멸하는 눈빛을 더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기는 어렵다. 부모나 형제, 친구, 교사처럼 자아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타인의 태도는 자긍심을 가지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긍심이 부족한 사람은 그 결핍을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려고 한다. 뭇 사람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겉모습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 겉모습을 모방함으로써 그들이 얻는 사랑을 자신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미인과 함께 있는 남자를 보고 그 남자의 겉모습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매체가 전달하는 시각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보다 매체를 통해 화려하게 연출되는 인물들의 겉모습을 더 모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겉모습의 모방을 통해 일시적으로 얻게 되는 관심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겉모습의 모방을 통해 진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랑이고 자긍심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모의 개선이 아니라 자긍심의 회복이다.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면, 그리고 주위의 중요한 타인들을 사랑하면, 자신을 보는 그들의 눈빛과 표정이, 자신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겉모습을 억지로 바꾸려는 사람들은 사회의 편견을 근거 삼아 자기 선택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예언을 실현하는 것은 예언된 미래에 근거한 행동이다. 이웃을 불신하면 자신의 삶이 불안해진다. 나만 바보가 될 것이라고 예단하면서 부당한 세태를 좇지 말고, 자긍심을 가지고 이웃과 사회를 신뢰하자. 그 신뢰가 사회를 바꿀 것이다.

 

※ 이 글은 2012년 9월 17일 <조대신문> 사설에 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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