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논문 에세이 번역 책 (108)
정치는 어려워
작년 7월 5일자 아침시평에서 나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읽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 선언문에 20세기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그의 진짜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수 정당 후보로 나서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수 유권자의 마음에 영합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도자가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가지고 성급하게 대중을 이끌려고 하거나 대중의 이데올로기적 시각에 영합하려고 하면 정치공동체의 운명이 암울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반걸음’ 앞서 나갈 것을 주문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고 나는 당시 선언문에 담긴 생각이 본인의 것이었음을 알았다. 취임사의 내용도 같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그 이데올로기의 서사는 ..
헤어프리트 뮌클러, Focus Online, 2022년 4월 13일 수요일 2월까지만 해도 독일 연방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방어적 무기만 갖추기를 원했다. 이런 태도는 잊힌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고, 이제 중화기의 전달이 논의된다. 무엇이 이런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을까? 도덕적 고려는 아니었을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가 상당한 규모의 중화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만큼, 연방정부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전후에 경화기의 제공조차 거절하고 기껏해야 5,000개의 헬멧을 제공하려고 했을 때, 무슨 주장을 했는지 이제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사람들은 독일이 도덕적 이유에서 그리고 자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원칙적으로 방어장비만 제공할 수 있고, 인명살상 무기는 제공할 수 ..
헤어프리트 뮌클러와의 인터뷰, NDR Info, 2022년 5월 4일 경제적 상호의존의 형성을 통해 러시아와의 평화를 보장하려는 전략은 실패했다고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말한다. 어떻게 러시아를 저지할 수 있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이것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렇게도 물어야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이 질문은 미래의 협력, 더 넓은 세계질서, 그저 공존을 위해서도 다시금 중요하다.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 대통령은 노르트 스트림2를 고수한 것이 실수였음을 이제 인정했다. “러시아가 더는 신뢰하지 않고 우리의 파트너들이 우리에게 경고한 다리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정치 이론과 사상사에 전문적인 정치학자이며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
헤어프리트 뮌클러, FOCUS Online 2022년 3월 30일(수) 서방의 문 앞에 이제 다시 동구권이 놓여 있다. 이번에는 완충국가가 없다. 직접적인 대결의 위험이 그와 함께 엄청나게 높아진다. 유럽의 평화 시대가 당분간은 끝났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먼저 빈번하게 언급한 것이 유럽이 냉전시절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미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24일 이후 등장한 상황을 좋게 말하는 것이다. 냉전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상당히 안정적인 국면이었다. 인정되었듯이 고도로 무장한 두 진영이 대립해 서있었다. 그 두 진영은 그때그때의 영향권을 존중했다. 영향권들 가운데 일부는 이 40년 동안 편을 바꾸었다. 영향권을 두고 벌어진 두 진영의 싸움은 유럽 ..
베를린에는 그라피티가 참 많다. 나로서는 그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괴상한 글자들이 도시 곳곳에 그려져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런 곳에까지 가서 낙서를 했을까 싶은 곳에도 그림 아닌 그림이 그려져 있다. 형형색색의 꼬불꼬불한 글자들 가운데 어떤 것은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어떤 것은 그저 수준 낮은 낙서처럼 보인다. 유학시절 하루는 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수준 미달의 그라피티를 보고 내가 비웃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연습은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다. 누구에게나 연습은 필요하다. 처음부터 바스키아나 뱅크시가 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습작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벽에 낙서를 잘 하기 위해서도 일단 벽에 낙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벽에 낙서를 하려면 낙서할 벽이 있어야 한다. 그러..
헤어프리트 뮌클러/ 2022년 3월 16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탈영웅적 사회들이 비영웅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영웅주의는 모두를 끔찍한 전쟁으로 끌어들인다. 그 대신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하다. 한 사회를 ‘탈영웅적’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그 사회가 영웅적이지 않다는 진단과 같은 것이 아니다. 비영웅적unheroisch 사회가 하루아침에 영웅적이 될 수는 없다. 탈영웅적postheroisch 사회는 더욱 그렇다. 칼 슐뢰겔은 자신의 기고문 「러시아 도시들의 어머니 위로 폭탄을」(Bomben auf die Mutter der russischen Städte, F.A.Z. 2022년 3월 12일)에서 “‘탈영웅적 시대의 시작’(헤어프리트 뮌클러)”이라는 말은 “무지의 표시, 현학적 태도일..
대선 사전 투표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3일 아침,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전격 사퇴했다. 3월 2일 무등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이 단일화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한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고스란히 윤석열 후보로 이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단일화가 두 사람이 의도한 대로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기여하게 될지, 아니면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분열과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와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재명과 윤석열,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문제라는 말이 있었다.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 구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재명 후보가 ..
“푸틴은 제국적 기회주의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생각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 2022년 3월 2일) „Putin ist ein imperialer Opportunist“ - Politikwissenschaftler über Ukraine-Krieg Forscher Herfried Münkler über russische Phantomschmerzen und die Unehrlichkeit des Westens im Umgang mit der Ukraine. Ein Interview. www.fr.de 인터뷰: 바샤 미카(전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편집장) 뮌클러 교수님, 러시아는 자기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건가요? 러시아가 꿈꾸는 것이 그 것뿐만은 아니겠죠. 그러나 적어도..
헤어프리트 뮌클러, “우크라이나가 패했다” (2022년 2월 24일 차이트 온라인) Herfried Münkler: "Die Ukraine ist verloren" Der Westen habe keine Vorstellung vom Gegner Russland gehabt, sagt der Politikwissenschaftler Herfried Münkler. Was sind die geopolitischen Folgen des Ukraine-Kriegs? www.zeit.de 서방이 러시아라는 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결과는 무엇일까? 인터뷰: 닐스 마르크바르트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베를린 훔볼트대학 명예교수이며 수많은 책의 저자이다..
내가 대머리가 될 것을 예감한 것은 20대 후반의 일이다. 모친이 물려준 유전인자가 환경적 요인과 결합해 정해진 때보다 일찍 발현한 것이다. 석회 성분이 많은 베를린의 물과 독일어로 공부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그 이른 발현의 원인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미용실에서 정기적으로 그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하루는 미용사에게 이 상황에서 어떤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봤다. 정직한 미용사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를수록 중심과 주변의 농도 차이가 덜 두드러져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 뒤로 나는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기계를 사서 집에서 혼자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기 시작한 것이다. 대머리가 되어가는 과정은 주위의 관심 때문에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주위의 한국인 학생들이 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