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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우크라이나 전쟁 분석(인터뷰)

공진성 2022. 2. 27. 10:55

헤어프리트 뮌클러, “우크라이나가 패했다” (2022년 2월 24일 차이트 온라인)

 

Herfried Münkler: "Die Ukraine ist verloren"

Der Westen habe keine Vorstellung vom Gegner Russland gehabt, sagt der Politikwissenschaftler Herfried Münkler. Was sind die geopolitischen Folgen des Ukraine-Kriegs?

www.zeit.de

서방이 러시아라는 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결과는 무엇일까?

인터뷰: 닐스 마르크바르트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베를린 훔볼트대학 명예교수이며 수많은 책의 저자이다. 그 가운데 <새로운 전쟁>, <제국>, <파편화한 전쟁>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차이트 온라인: 뮌클러 선생님,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는 지난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고요. 이것은 그저 완전히 순진한 것이었을까요?

헤어프리트 뮌클러: 늦어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진격하기 시작한 후로는 지금의 상황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주변 지역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살라미 전술 방식으로, 즉 러시아 군대가 큰 시간 간격을 두고 점점 전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나리오가 서방의 시각에서 볼 때 최악의 경우인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한 번에 점령하려고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구테레스뿐만 아니라 서방의 정치 엘리트 전체가 이 최악의 경우 시나리오를 배제하려는, 그리고 그것을 사실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크렘린에 있는 관찰자들은 그것을 정확히 꿰뚫어봤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카드를 뽑아들 수 있다는 결론에 분명히 도달한 것입니다.

차이트 온라인: 그런 공격이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분명 오랫동안 서방의 추가 제재에 대비해왔기 때문에도 이상해 보입니다. 예컨대 러시아의 재정보유고와 금보유고가 증가했고 외채가 감소했지 않습니까.

뮌클러: , 맞습니다. 서방 사람들은 협상 제안과 경제 제재 위협을 섞어 러시아인들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으면서 그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도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벌었고, 그때 제재에 대해 무엇이 논의되는지를 차분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따라서 그에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에도 서방측 사람들은 그러니까 자신들이 어떤 적을 상대하는지 분명히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차이트 온라인: 선생님 생각에는 상황에 대한 이 같은 오판이 어디에서 비롯했습니까?

뮌클러: 2008년 조지아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 이후 펼쳐진 국면이 냉전시기의 국면과는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여전히 일종의 냉전 2.0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석적 어리석음이었습니다. 냉전시기에 영향권들이 꽉 끼워져 있었고, 그래서 그 영향권들이 서로 의문시되지 않았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계산에 넣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조지아가 나토 회원국이 되기를 원했을 때 이미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영향권들이 아니라, 특정 국가들이 일정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주민의 뚜렷한 다수가 찬성하는 경우에만 나토 회원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것은 1949년과 1989년 사이를 지배했던 국면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입니다.

차이트 온라인: 왜 그렇죠?

뮌클러: 바르샤바 조약이 나토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원칙적으로 오직 독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당시에는 분명했습니다. 독일로부터 북쪽으로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남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유고슬라비아가 완충지대로 있었습니다. 이른바 제1세계와 제2세계 안에서는 그러므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 변화는 특히 이른바 제3세계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어느 누구도 동맹교체가 국가전복이나 대규모 군사 원조로 이어진 제3세계의 국면이 그 사이에 우리에게도 진입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이런 반감이 정치 자체에만 해당하지는 않고, 저의 전공분야인 정치학에도 해당합니다. 국제관계 분야에서는 규범적 제도주의가 지배적이었는데, 그래서 현실정치적 범주 안에서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주변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특정 학문 지향이 낳은 재앙이기도 합니다.

차이트 온라인: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해 러시아는 이미 준비를 했습니다. 이 제재들이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푸틴의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기에 결국 중국이 뛰어들까요?

뮌클러: 만약 서방의 제재가 실제로 작용한다면, 푸틴이 시진 핑의 열린 품으로 달아나는 것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푸틴에게 다른 많은 것이 남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푸틴은 그와 함께 거대한 지정학적 덫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그가 유럽인들과 지속적으로 불화를 겪는다면, 러시아는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세계강국의 지위에 결코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중국에 종속적인 세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푸틴에게 어쩌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은 관점이거나, 또한 언제나 단기적 성공을 생각해야 하는 권위주의 체제에는 너무 장기적인 관점일 것입니다. 경제 제재의 효과와 관련해서 문제는 우리가 여기에서 언제나 우리들 자신의 주민들과 그들의 소비기대를 기반으로 삼으며, 러시아인들이 추정컨대 얼마나 견뎌낼 능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재를 통해 먼저 특히 올리가르히들과 푸틴의 수호자들을 목표로 삼았고, 이들이 반란을 꾸미고 푸틴으로부터 거리를 두기를 기대했습니다. 그에 맞서 푸틴은 월요일 저녁에 독특한 충성의례로써 자신의 안전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그러므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조건 없이 함께 부담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차이트 온라인: 그 결과는 무엇일까요?

뮌클러: 직접적 결과는 우크라이나의 패배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입니다. 빵 조각이 러시아인들이 먹기에 경제적으로 너무 커서 그들이 그것을 삼키다가 결국 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사태가 며칠 내에 끝날 것입니다. 서방측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에 동의하는 편이 그러니까 우크라이나를 주민의 뜻으로도 변경할 수 없는 중립적 완충지대로 확정하는 편이 더 영리한 선택이지 않았을지 숙고해야 합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를 경우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방식으로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차이트 온라인: 그러니까 선생님은 우크라이나 군대와 주민들이 러시아 군대에 맞서 장기적으로 저항하는 일종의 파르티잔 전쟁이 임박했다고는 믿지 않는 건가요?

뮌클러: 그것을 나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을 비교를 위한 배경으로 한번 놓아보면, 첫째로 당시 적군(赤軍)에 맞선 무자헤딘의 전쟁을 유리하게 만든 것은 그 나라의 지형이었습니다. 둘째로 저항집단들이 사방으로부터, 예컨대 파키스탄이나 이란으로부터 무기와 돈을 공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살펴보면, 무기와 탄약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어쨌거나 가능한 곳은 폴란드, 슬로바키아, 루마니아로 이어지는 국경의 사실 그저 좁은 통로들뿐입니다. 흑해를 통한 보급 역시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형적 관점에서도 보급적 관점에서도 이런 형태의 파르티잔 전쟁이 장기적으로 치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이트 온라인: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예컨대 발트3국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뮌클러: 발트3(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대한 어쩌면 일어날지 모를 공격의 경우 어쨌거나 이런 형태로, 그리고 하이브리드 전쟁, 그러니까 통신시스템과 조종시스템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동반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서는 아니고 나토 조약 제5가 발동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토와 러시아 간의 무장 전쟁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에 러시아의 가능성들이 훨씬 더 나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전략적으로 내다보고 주의하기를 원한다면, 나토 회원국이 아닌 영토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 시선은 즉각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떨어집니다.

차이트 온라인: 선생님은 러시아가 그 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군사적으로 염두에 두는 것을 실제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뮌클러: 지난 5년부터 10년까지 등장한 전략 문헌을 살펴보면, 러시아 군대가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뚫고 들어오는 상황이 반복해서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면 러시아 군대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길게 뻗은 띠 모양의 땅이어서 방어하기가 어려운 노르웨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가 진지하게 나토와 싸우기를 원했다면, 그것이 발트3국에서 활발해지는 것보다 러시아에게는 지리전략적으로 어쨌거나 더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입니다. 발트3국에서 푸틴은 설령 이 지역이 예전에 러시아의 영토였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시나리오에서 러시아 군대는 발트 해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는 보급선이 차단됩니다.

차이트 온라인: 러시아 내적 관점에서 볼 때 나토와의 그 같은 대치를 추구할 합리적 이유가 있을까요?

뮌클러: 나는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이 계속 중립적 공간으로 남고 나토에 속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중요한 것은 유럽을 공격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 대신 러시아는 전략적 깊이를 보유하고 푸틴이 내부에서 민족적 자부심과 제국적 자의식의 경영자로서 등장하는, 그러니까 부족한 부를 민족주의적 자기감정의 위안을 통해 보충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합니다.

차이트 온라인: 선생님이 보시기에 그렇다면 유럽과 나토가 러시아에 진지하게 맞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모든 가능한 제재들과 반응들이 푸틴에 의해 이미 예상되어 있습니까?

뮌클러: 서방은 원칙적으로 모든 카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그때 조금 어리석은 방식으로 또한 아직 전혀 가동되지 않은 노르트 스트림 2 파이프라인이 러시아에 대한 심각한 압력수단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어느 정도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을 얼마나 기괴하게 논의가 우리들 사이에서 부분적으로 진행되었는지가 또한 보여줍니다. 결국 사람들은 러시아의 태도를 일단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토의 남동쪽 측면에 대해, 즉 터키의 태도에 대해 규칙을 지키게 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신()오스만적신제국적 정책을 추구했던 에르도안은 아마도 다시 서방으로 더 가까이 이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라는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그러나 오늘 아침 이후로 더는 원칙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어떻게 군사적인 종류의 충분한 위협능력을 준비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차이트 온라인: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뮌클러: 유럽인들의 독자적인 핵 위협능력 같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심각한 경우에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때문에 핵전쟁을 감행하리라는 것을 사람들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푸틴이 이 의심을 자기를 위해 이용한다면, 유럽인들은 그를 위협하기 위해 자기 고유의 능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핵능력의 유럽화는 그렇다면 프랑스의 핵무장군대(Force de frappe)에 근거를 두는 것을, 그러나 이것을 뚜렷하게 확장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러시아 전체가 유럽의 로켓 공격 범위 안에 들어올 정도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반대로 유럽 전체가 또한 러시아의 로켓 공격 범위 안에 놓이듯이 말이죠. 그것은 푸틴이 지극히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한다고 사람들이 믿는다는 가정에 강하게 전략적으로 입각할 때 이루어질 변화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이후 틀림없이 그런 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번역: 공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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