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정치는 어려워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계기 삼아 공영형 사립대로 나아가자 본문

논문 에세이 번역 책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계기 삼아 공영형 사립대로 나아가자

공진성 2020. 6. 8. 09:00

지난 달 25일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 대학 정이사 아홉 명을 최종 선임했다. 지난 해 11월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지 거의 반 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현직 이사들의 추천 몫을 보장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탓에 구재단과 관련된 인사가 추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이사 후보의 추천 과정에서 전현직 이사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덕에 그 몫이 그나마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 구재단의 영향이 일절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민주화라는 것이 원래 점진적 과정임을 생각하고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이 임시이사 체제와 정이사 체제를 반복해서 겪은 데에는 제도와 관습의 불일치 문제가 있다. 87/88년의 학원민주화 투쟁 이후 우리 대학은 민주적대학 운영의 전통을 만들어왔다. 즉 대학의 구성원들이 함께 결정하고 실행하는 자치의 전통을 만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 민주적관습은 사립학교법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가끔씩 충돌했다. 학내 구성원들이 합의해 결정한 것을 그저 추인만 하라는 민주적요구에 이사회가 법적 권리를 앞세우며 순순히 응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총장 선거 때도 그랬고, 이사회의 재구성 때도 그랬다.

30년 넘게 지속되며 관습으로 자리 잡은 민주적학교 운영의 전통을 이사회가 무시할 때마다 갈등이 벌어졌고, 반복되는 갈등 끝에 임시이사 체제가 들어섰으며, ‘호남 최고의 사립대학조선대학교의 명성은 무너져갔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할 것인가? 문제의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법이 보장하는 권한을 마음껏 행사하고 싶어 하는 이사들에게 있을까, 아니면 자치를 핑계 삼아 이사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있을까? 문제의 원인은 사람에게 있지 않고, 제도와 관습의 불일치에 있다. 그러므로 문제의 해결 가능성도 이 불일치 상황을 바꾸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공영형 사립대는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대안처럼 보인다. 즉 이사회의 공적 성격을 강화함으로써 대학의 자치 전통과의 조화 가능성을 높이고, 동시에 대학의 자치가 자칫 자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공영형 사립대 도입을 단순히 대학의 재정난 타개책으로만 보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제도를 돈 문제로만 보면, 정부(특히 기획재정부) 역시 돈 문제로만 보게 되고, 그 돈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 더욱이 사학의 운영 방식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돈 문제를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일의 성사를 어렵게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선제적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공영형 사립대 공약의 이행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다행히 우리 대학은 최근 교육부의 공영형 사립대 도입 효과성 검증 실증연구사업을 수행하게 되었고, 그 사업의 일환으로서 이사회 시민 참관인 제도와 재정위원회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모두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을 위한 선제적 노력인 셈이다. 대학의 이런 공공성 강화 노력이 조만간 출범하게 될 제3기 정이사 체제 속에서도 지속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 이사회는 자기를 지양해야 할 역설적 과제를 안고 출범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행히 여당이 2/3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상황이다.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계기 삼아 공영형 사립대로 나아가자!

※ 이 글은 2020년 6월 8일 발행된 <조대신문> 1123호 사설로 작성된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