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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의 시간, 방역과 교육 모두 잘 해내야

공진성 2020. 3. 24. 09:59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마침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1968년의 이른바 홍콩독감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끼친 영향만 놓고 보면 이번 감염증 유행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거의 모든 대학이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했고, 신입생을 맞는 각종 행사도 취소했다. 개강을 2주 연기했으며, 다시 개강 후 2주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 아직 개강도 하지 않았는데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다시 긴장하게 된다.

모두 전대미문의 일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확산할 줄 아무도 몰랐다. 일명 ‘31번 확진자의 등장과 함께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고, 이제 수도권에서도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지역의 확진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방심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전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의료인과 방역당국은 지금 처음 보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바이러스와 싸워본 경험이 있고 앞서 이 바이러스와 싸운 나라가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이런저런 조치를 둘러싸고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들이 많다. 뒤늦게 이 싸움에 뛰어든 나라의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우리가 그렇게 잘못하지는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대학의 구성원들이야말로 정말 처음 겪어보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개강을 연기하고 2주간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을 때, 그것이 전대미문의 일이기에 꼭 필요한 조치인지 모두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보다 늦게 코로나19를 만난 미국의 대학들도 앞 다퉈 휴강을 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모범이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캠퍼스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게 곳곳에서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은 이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수들은 사이버캠퍼스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지금껏 사용해본 적 없는 각종 소프트웨어와 씨름하고 있고, 직원들은 이 온라인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 어색한 상황에서도 마음잡고 모니터 앞에 앉아 공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온라인 수업 기간이 2주로 끝나게 될지 더 길어지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2주간의 온라인 수업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이번 학기가 15주가 될 수도 있고, 13주가 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2주간의 온라인 수업 기회를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대학 교육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니 중요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대학의 시간이 아니었다. 다행히 방학 기간이어서 비교적 쉽게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대학의 시간이다. 능동적으로 방역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 구성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감염증의 확산을 늦췄고, 한때의 마스크 대란도 시민들이 점차 합리적으로 마스크를 구입하고 소비함으로써 극복했듯이, 방역과 교육의 동시 달성도 구성원의 능동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이 글은 2020년 3월 16일 발행된 <조대신문> 1119호 사설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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