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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전

미래의 정당은...

공진성 2009. 8. 31. 08:57

프랑스에서 정당이 이러한 미래에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빈곤계층과 중산층 대부분과 간부계층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역할 수행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정당 자신의 영속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관심의 핵심적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세계를 바라볼 때는 이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서 어디에 살고 있든 지구촌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그 모두를, 또한 어디에 살고 있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전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생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윤리를 창출하는 일에 정당은 참가해야 할 것이다.

좌파에 속한 사람들이 자세를 바꾸고 정치적 품격을 회복하여 그들 간에, 또한 다른 이들과 함께 앞서 언급한 바 국가와 유럽과 지구촌 전체가 지향할 목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벌이지 않고서는 이러한 길로 나아갈 수 없다. 그저 선거 후보나 정하고 내세울 정견이나 급조하며 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잡고 그것을 행사하고 연명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는 데 급급한 조직과는 전혀 다른 정당이 되어야 한다.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시간'에 대한 모범을 그들 자신이 보여주어야 하며, 인간관계성 기구가 될 필요가 있다. 또한 거주하는 지역에서 책임 있는 시민생활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매 순간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며 이웃의 필요와 요구에 성의있게 귀를 기울여 그들이 근본재화를 누릴 수 있게 하고 노조와 시민단체 업무를 지원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빈곤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일상생활에서 해결책을 찾는 일에 최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 정당은 정치하는 새로운 방법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되 그러한 헌신이 어느날 선거 승리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필요가 가능으로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대가를 받으리라는 희망을 가지지 않고 사례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주는 것으로 족하게 여겨 아무도 모르게 도움을 베풀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특권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언론에 과잉 노출된 오늘날의 정치행위와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사소한 병원방문이나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단순한 행위도 영상미디어의 조명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이를 단호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쇼맨십에 빠진 정치행태를 멀리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꿈꾸게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 상상의 섬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을 꿈꾸었을 때, 그 같은 희망이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의 땅 영국에서 실현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꿈을 달성하는 데는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별로 대단한 세월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에 진입하기 위한 선사단계,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 있다. 순간의 폭력과 일상의 조촐함과 이상의 과잉 속에서 이제 우리에게는 이 길에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자크 아탈리,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에디터, 2005), 219~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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