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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공진성 2014. 5. 19. 14:10

2014년 4월 16일은 최소한 한국인에게 잊히지 않을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 날을 어떤 날로서 기억해야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아직은 사태를 더 수습해야 하고, 수많은 무고한 죽음을 더 애도해야 한다. 이 날의 의미는, 잊지만 않는다면, 천천히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드러난 부실한 안전 조치들은 지금 당장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적ㆍ정치적 책임은 나중에 물어도 되지만, 안전 조치는 지금 당장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당국에서 검사할 때 취한다고 하면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그 동안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경쟁에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써왔고, 위험을 줄이고 사고를 막기 위해 선진국들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만든 법적ㆍ제도적 제약들을 한갓 무역장벽과 비용 정도로 간주하며, 그 제약들을 우회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마다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사실 비용은 전혀 줄지 않았다. 그저 사회의 약자들에게 전가되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에만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8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그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파견노동자였다.

 

위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생겼을 때, 안전과 관련한 제약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안전 조치를 취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험과 비용의 전가를 또한 막아야 한다. 안전 조치를 모두가 충실히 이행하게 함으로써, 즉 비용을 분담케 함으로써, 위험을 사회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 다시 각종 외주화와 보험상품 등의 개발을 통해 위험과 비용을 사회의 약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안전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이제 단순히 재난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모의훈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서 위험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비용효율성’이라는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구호 아래 구조적으로 위험을 배양하고 있으며 그 위험을 사회의 약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위험을 사회적으로 줄여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 자체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안전 교육일 것이다. 대학은 대학구성원들의 안전과만 관련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도 대학이 안전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 

 

※ 이 글은 2014년 5월 12일자 <조대신문> 사설로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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