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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정부의 대학등록금 정책, 국민의 이익을 기준 삼아 수립하고 실천해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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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정부의 대학등록금 정책, 국민의 이익을 기준 삼아 수립하고 실천해야

공진성 2013. 3. 7. 11:46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언론을 통해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루어진 약속들이 지켜질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로 유명한 박근혜 대통령이니만큼 일단은 의심 없이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정말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일까? 당파적 공세를 위해, 또는 그저 선거에서 생색내기용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 약속이 그렇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바꾸는 이유이다. 그 이유에 따라 국민의 신뢰가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신뢰가 사라지는 때는 말을 바꾸는 때가 아니라, 말을 바꾸는 이유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서임이 드러날 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몇 가지 약속을 했고, 또 몇 가지 의지를 표명했다. 국가장학금을 확대 지급하고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을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고등교육 재정을 GDP 대비 1%까지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나은 약속이고 의지의 표명인 듯하다. 그러나 약속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은 복잡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충돌이 발생한다. 먼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대학의 재정적 자구노력만을 강제할 때, 자칫하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과 교육의 질이 함께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증세 없이 국방예산도, 교육예산도 늘리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다른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사회 각 부문간의 예산투쟁이 해마다 치열해질 것이고, 교육예산 역시 그 투쟁 속에서 매우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결정적으로, 현재와 같은 고용 없는경제성장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그저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을 덜 고통스럽게만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 대출금을 갚을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자동적으로 빚쟁이가 되는 것을 결코 막을 수 없다.

 

대학등록금과 관련하여 문제는 결코 공약실천에 대한 대통령의 ()확실한 의지에 있지 않다. 지킬 필요가 없거나 지켜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고집스럽게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에게 해로울 수도 있다. 등록금이 반값이냐 아니냐에 있지도 않다. 그것은 기준도 모호해서 결코 모든 사람이 그 실현 여부에 동의할 수 없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문제는 국민경제, 즉 살림살이의 방향과 대학교육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단 이에 대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구체적으로 충돌하는 요소들을 조정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바꿔야 할 말은 바꾸고 지켜야 할 말은 지키되, 자기 편의대로 하지 말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 이 글은 2013년 3월 18일자 <조대신문> 사설로 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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